부엌 불을 끄기 전, 입은 자꾸 무언가를 찾았다. 혼자 치킨을 시켜 먹고, 다 먹고 나면 자책했다. 왜 멈추지 못했을까. 왜 이걸 또 시켰을까. 야식 루틴이 문제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먹는 행위'가 아니라 '그걸 바라보는 내 시선'이었다. <식탐해방>은 그 사실을 단단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감정으로 배가 고픈 날엔
식욕은 생리적인 배고픔과 감정적인 허기가 있다. 실제 허기와 쾌락성 허기라고도 한다. 쾌락성 허기는 감정이 먼저 반응할 때 찾아온다. 심심함, 허전함, 외로움, 억울함 같은 감정이 입맛으로 번질 때가 그렇다. 나의 야식 습관이 딱 그랬다.
하루 할 일은 끝났지만, 나라는 사람은 여전히 감정으로 배가 고팠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게 단순한 의지 부족이 아니라 감정과 음식을 연결하는 오래된 습관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먹는 행위는 종종 자기 돌봄의 표현이었다. 다만 그 돌봄이 건강하지 않았을 뿐이다.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몰랐기에 음식에 기대어 버틴 것이다.
참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책
이 책은 다이어트를 위한 금기 목록이 아니다. 오히려 참지 말고, 시키라고 한다. 억제보다는 관찰을 권한다. 먹고 싶은 마음이 들면, 우선 묻는다.
"지금 배가 고픈 건가요, 아니면 감정이 허기진 건가요?"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멈춤이 생긴다. 그 멈춤 사이에 감정을 들여다본다. 그러다보니 요즘은 야식이 당겨도 전처럼 덜 급하다. 당장 입에 넣지 않아도, 감정이 나를 잡아먹진 않는다는 걸 알아서다. 그러니 감정을 알아차리는 일이 식습관을 바꾸는 첫걸음이다.
스스로를 이해하면, 억지로 참지 않아도 행동이 달라진다. 이 책이 알려주는 '자기 다루기의 기술'은 생각보다 훨씬 부드럽고 사려 깊었다.
먹는 행동은 종종 감정의 언어다. 입이 아니라 마음이 허기질 때, 우리는 무언가를 씹는다. <식탐해방>은 '먹는 나'를 나쁘다고 하지 않는다. 도리어 그 감정을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그 안에 미처 돌보지 못한 감정이 숨어 있다고 알려준다. 예전에는 야식으로 죄책감을 쌓았다면, 지금은 질문을 꺼낸다.
"오늘 어떤 감정이 힘들었는지 한번 떠올려볼까."
이 질문을 통해 이제는 음식보다 내가 우선순위로 올라온다.
식탐을 없애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먹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기보다, 그 마음이 나를 어디로 이끄는지 지켜보게 된다. 사소한 습관 하나가 사람을 얼마나 괴롭히는지, 그리고 그 습관을 조금만 다르게 들여다보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게 이 책이 남긴 가장 큰 변화다.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은 거창하지 않았다. 먹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누르지 않고, 그 감정의 밑바닥을 바라볼 수 있게 된 순간부터였다. 그 변화는 아주 사소했지만, 삶의 결을 분명히 바꿔놓는다. 근본적인 식단조절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수면 시간에 비해 자신이 제대로 잠을 자지 here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충분한 수면 효과를 취하는 사람이 있다. 원인은 수면의 질. 30년 경력의 신경과학자이자 수면의학자인 저자는 잠에 관한 흔한 오해를 바로잡으며 잘못된 수면 습관을 바로 잡는다. 수면에 대한 근본적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 이를 위해 수면의 작동 원리를 소개하면서 자신의 수면 문제를 파악하기를 권면한다. 메이저리그, NBA리그 등 세계 정상급 운동선수들의 수면 주치의를 맡으며, 수면 습관을 개선해 최상의 성과를 이끌어낸 저자의 경험이 책에 담겼다.
최근까지 수면과 비만의 상관관계는 대체로 무시되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의 연구를 돌아보면, 체중 증가는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이다. 주로 체중 증가에 따른 호흡의 변화 때문이다. (…)
이처럼 체중 증가가 수면의 질 저하에 미치는 영향을 암시하는 연구 결과는 50여 년 전부터 명백히 있었다. 한편 최근 들어서는 반대로 수면의 질 저하가 직접적으로 체중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성인을 기준으로 N3 수면은 전체 수면 시간의 약 25퍼센트를 차지하며, 밤잠의 전반기에 분포한다. 우리 몸은 N3 수면에서 회복이 이루어진다. 성장호르몬이 이때 가장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이미 성장기가 지났는데 왠 성장호르몬이냐고? 사실 성장호르몬은 발육에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운동선수들에게 수면 자문을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성장호르몬은 근육의 회복을 도와 선수들이 최상의 실력을 발휘하게 돕는다. - 4장 꿈을 꾸지 않았으니 깊게 잤다?, 87~88쪽
역설불면증은 실제로 자는 시간에 비해 아주 적게 잔다거나 아예 잠을 자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증상이다. 예전에는 수면 오지각이라고 했고, 그보다 전에는 반몽혼 수면이라고도 불렸다. 한편 반대로 밤에 푹 잔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낮에 몹시 피곤한 사람도 있다. - 6장 "잤는데요, 자지 않았습니다", 113쪽
잠을 못 자는 상태가 아닌데도 환자가 불면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자신의 수면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수면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도 여전히 잠을 잘 수는 있다. 하는 일이 마음에 안 들어도 매일 출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우리는 불면증이 수면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때 의사의 역할은 문제를 재구성하고 재정의하는 것이다. 다만 재정의하는 과정이 환자의 고통을 경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 (…) 달리 말해 이전까지 잠을 못 잔다고 생각하던 환자가 실제로는 잠을 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더라도 의사는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 환자가 잠을 자더라도 수면 때문에 진료실을 찾거나 관련 도서를 뒤적인다면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 9장 단순 불면증일 때 뿌리를 뽑는 방법, 158쪽
수면제는 어디까지나 일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적절히 쓰면 좋은 효과를 얻기도 하지만 애초에 매일 밤 복용하도록 고안된 것은 아니다. 이를 매일 식사할 때의 문제로 바꾸어 이야기해보겠다. 식사를 하려고 식탁에 앉았는데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다고 느꼈다고 해보자. 그러면 그 즉시 영양실조가 내 몸에 끼칠 영향이 두려워서 식욕 자극제를 복용하겠는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심지어 이런 식으로 약을 먹으면 다음 식사 시간에는 허기를 느끼기 더욱 어려우므로 점점 더 많은 식욕 자극제를 먹어야 할 것이다. - 11장 약으로 뇌를 잠재울 수 있을까, 199쪽
뇌의 평균 무게는 약 1.3kg에 불과하지만 체내 산소의 20퍼센트를 사용한다. 산소가 석유라면 뇌는 석유에 심각하게 의존하는 미국이나 마찬가지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밤 동안 뇌에서 산소가 부족해지는 현상을 최대 시간당 60번까지 겪는다. 수면의 질이 좋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호흡 곤란이 일어날 때마다 뇌는 고민한다. 그냥 자면서 질식 상태를 견딜지 아니면 깨어나서 호흡을 할지 말이다.